칼럼

지적재산권 분쟁과 중재
변호사 전응준, 신동환

관련 업무분야

  • 지적재산권


. 서론

 

중재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사법상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이다(중재법 제3조 제1). , 중재는 분쟁을 법원의 재판이 아닌 사인인 중재인의 판정에 따라 해결하는 분쟁해결절차로서 중재판정부는 법원칙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당사자들은 그 판단에 구속되는 사적인 재판절차라는 점에서 서로간의 양보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조정과는 전혀 다른 절차이다.


중재는 소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불확실성이 단점으로 지적되곤 하지만, 신속하고 경제적인 분쟁해결 가능성,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중재인에 의한 판단 가능성, 국제분쟁에 있어서의 중립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근래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국 기업과의 계약 체결에 있어서 분쟁해결방법으로 중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국제적인 법적 분쟁이 중재를 통해 해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최근 국내외적으로 지적재산권에 관한 분쟁이 빈발함에 따라 이와 같은 지적재산권 분쟁도 중재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적재산권에 관한 분쟁, 특히 금지청구가 포함된 경우에 있어서 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항이 있는데 바로 금지 대상의 특정에 관한 문제이다. 금지청구 사건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법원과 같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관련 중재 사건에서는 금지청구 사건의 경험이 많은 소송대리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래에서는 지적재산권 소송에 있어서 금지 대상 특정에 관한 일반론 및 중재판정에서 금지 대상 특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중재판정의 특정이 문제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한 중재

 

1. 지적재산권 분쟁의 중재가능성


어떠한 분쟁이 중재에 의해 해결될 성질의 분쟁인지 여부를 분쟁대상의 중재가능성(Arbitrability)이라고 한다. 우리 중재법은 중재합의의 대상을 사법상의 분쟁으로 한정하고 있고, 헌법, 형사소송법이나 행정소송법상의 권리와 같이 순수한 공법상의 분쟁 또는 재산과 무관한 친족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은 중재합의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중재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분쟁의 중재가능성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으나 적어도 지적재산권 침해에 관한 분쟁이나 지적재산권 계약에 관한 분쟁은 중재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지적재산권 침해의 선결문제로 해당 권리(특허권 등)에 대한 무효 항변이 제기되는 경우 중재판정부가 그 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의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다만 무효를 선언한 중재판정의 대세적 효력에 대한 논란은 있다). 과거 하급심 판결 중에는 종래 중재에 의하여 해결할 수 없는 사항으로 논의되어 온 것이 불공정거래행위(독점규제법)에 관한 분쟁, 특허권 등 지적소유권의 효력에 관한 분쟁 등을 들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상 공업소유권(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에 대한 분쟁을 중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공업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당연히 중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으며라고 하여 지적재산권 관련 계약에 관한 분쟁의 중재 가능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1993. 8. 17. 선고 9234829 판결).

 


2. 중재판정 및 이에 따른 집행절차


중재판정은 그 자체로는 집행권원이 될 수 없다. 중재판정에 기하여 강제집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재판정에 대한 승인 및 집행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은 법원의 승인 또는 집행판결에 의한다(중재법 제37조 제1). 우리 중재법은 대한민국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은 중재법 제36조 제2항의 중재취소 사유가 없으면 승인되거나 집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중재법 제38),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에서도 중재법 제36조 제2항의 중재취소 사유와 동일한 사유를 열거하며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요구받은 국가의 권한 있는 기관은 그와 같이 열거된 사유에 의해서만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적재산권 관련 금지명령이 포함된 중재판정의 집행과 관련하여 금지 대상의 특정은 매우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문제다.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집행문을 부여받아야 하는데, 판결의 주문이 집행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으면 그 집행권원의 내용은 집행가능하지 않으므로 집행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후술하는 사례에서 보듯이, 중재판정의 주문이 집행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 해당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 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 중재판정에 있어서 금지 대상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면 중재판정에서 승소하더라도 해당 중재판정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3. 지적재산권 분쟁에 있어서 금지청구 대상의 특정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원고는 청구취지에서 금지나 예방을 구하는 피고의 실제 침해행위를 구체적, 개별적, 사실적으로 특정하여 한다. 금지명령에서 금지되는 것은 피고의 현재 또는 임박한 실제 침해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침해금지명령에 있어서 금지대상의 특정은 판결 주문의 특정에 해당하므로 피고 제품 등 금지대상은 원칙적으로 집행기관이 별도의 판단 없이 그 식별에 지장이 없도록 특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추후 법적 판단을 해야 하는 법률용어나 기능적 용어, 추상적 용어 등을 사용하여 추상적, 규범적, 포괄적으로 특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가능한 한 사실적 용어를 사용하여 특정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있어서 청구의 취지는 그 내용 및 범위를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인바, 특허권에 대한 침해의 금지를 청구함에 있어 청구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방법은 사회통념상 침해의 금지를 구하는 대상으로서 다른 것과 구별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9. 8.ᅠ선고ᅠ201117090ᅠ판결).


다만, 현재 실무에서 영업비밀 침해금지청구의 청구취지에 원고의 영업비밀을 특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업비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집행상 의문을 남기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개괄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영업비밀 특정을 지나치게 요구할 경우 이로 인하여 원고의 영업비밀이 비밀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침해의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사용하고 있는 취득, 사용, 공개 등의 용어는 규범적, 추상적, 포괄적 개념이기는 하나, 실무적으로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예가 많다.


미국 CAFC 판결 중에는 “OOO특허 중 청구항 X를 위반한 제품Y 또는 Y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제품의 생산, 양도의 청약, 양도,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는 형태로 된 주문의 적법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1] 여기서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이라는 것은 규범적 개념이므로 대상의 특정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이와 같은 실질적 동일성에 대한 판단은 법정모욕(contempt)에 기초한 민사집행절차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무에서는 유사’, ‘기타등의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한 청구취지는 특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한 것으로 보아 해당 부분의 청구를 배척한 하급심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전술한 CAFC 판결 주문이 허용하는 침해제품 Y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제품이라는 금지대상물의 특정방식은 우리나라 실무에서는 허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금지대상에 대한 엄격한 특정을 요하지 않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의 소송에서는 금지대상의 특정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금지 대상의 특정은 지적재산권에 관한 중재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전술하였듯이 중재판정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집행판결이 인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집행문을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재지가 외국이고 중재인들이 국내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인 경우 또는 국내 중재의 대리인 또는 중재인들이 지적재산권의 금지청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금지 대상 특정의 문제를 소홀히 다루기 쉽다. 다음에 소개하는 판결이 바로 중재판정에서는 승소하였으나 금지 대상 특정의 문제로 인해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게 된 사건에 관한 사례이다.


 

. 중재판정문에서 금지 대상의 특정이 문제된 사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디지털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방송서비스를 위한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고, 피고는 국내에서 디지털위성방송사업을 하는 사업자이다. 원고는 2001. 6. 14.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디지털위성방송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수신제한시스템(Conditional Access System, CAS)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04. 12. 30. 이 사건 계약에 대한 수정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 제16.1조는 대한민국법을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으로 하며, 16.3조는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법적 분쟁은 국제연합 국제거래법 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의 상업규칙(중재규칙의 오기로 보인다)에 따라 3인의 중재위원들에 의한 중재로 해결하되 중재지는 서울, 언어는 영어를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피고는, 2010. 8. 6. ‘이 사건 계약이 계속 유효하고, 피고가 원고의 수신제한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원고가 이 사건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중재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1. 4. 1.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제14.2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하는 반대중재신청을 하였다. 이에 중재판정부가 구성되어 서울에서 중재절차를 거친 후 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중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원고가 집행판결을 청구하는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에서 이행을 명하고 있는 이 사건 계약 제14.2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4.2. 해지의 효과

14편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일방 당사자가 이 사건 계약 또는 법률에 따라 가지는 다른 권리 또는 구제수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또한 이미 발생한 일방 당사자의 권리 또는 의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사건 계약이 종료되면 사용인가받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인가(License)가 종료되고, 피고는 계약 종료 즉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사용이 인가되었던 원고의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및 기밀정보의 사용을 중단하여야 하고, 피고가 소지하고 있거나 통제하고 있는 (시청카드를 포함한) 모든 사용인가된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류의 원본 및 모든 사본(물리적 형태로 되어있는 것)을 반환하여야 하며, 기계적으로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포함하여 원고의 기밀 정보를 담고 있는 모든 기록을 폐기하여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의 집행판결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은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아 집행판결을 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 청구의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거나 집행판결의 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2. 1심 지방법원의 판단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가합15979 판결


1심 법원은 중재법 제35조에 의하면, 중재판정은 양쪽 당사자 간에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중재법 제37조 제1항에 의하면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은 법원의 승인 또는 집행판결에 따라 한다. , 중재판정에 대하여 법원이 집행판결로써 집행력을 부여하는 경우 중재판정과 집행판결이 일체로서 집행권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집행권원은 일정 사법상의 이행청구권의 존재 및 범위를 표시하고 그 청구권에 집행력을 인정한 공증의 문서로서 강제집행에 의하여 실현되어야 할 급부의 종류, 내용, 범위 등이 직접, 구체적으로 표시되어야 하므로, 당연히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는 중재판정도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이 가능할 정도의 특정성을 갖출 것을 요한다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렇다면, 원고가 집행허가를 구하는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 부분이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어 있는지 여부를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 및 을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사실에서 도출되는 아래와 같은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 부분은 강제집행에 의하여 실현되어야 할 급부의 종류, 내용, 범위 등이 직접,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아 집행권원으로서의 적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집행판결이 내려지더라도 현실적으로 이 사건 중재판정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어 권리보호의 이익도 없다라고 하여 원고의 집행판결 청구를 기각하였다.

 


3. 2심 고등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 201313506 판결


고등법원은 중재판정에 대하여 법원이 집행판결로써 집행력을 부여하는 경우 중재판정과 집행판결이 일체로서 집행권원이 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집행판결의 대상이 된 중재판정도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이 가능할 정도의 특정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하고,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은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는 판단까지는 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 하였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중재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그들 간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사적 분쟁해결수단이므로 중재판정의 당사자들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한 분쟁해결의 방식에 따라 도출된 중재판정에 따를 의무가 있는데 그 중재판정에 법에서 정한 중재취소사유가 있어 법원이 그 승인·집행을 거부하게 되면 당사자는 그 중재판정이 국내에서 강제집행될 위험을 벗어나게 된다. 반면 민사집행법상의 엄격한 강제집행절차에 따른다면 중재판정이 집행불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중재판정을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집행불능의 중재판정이라도 집행판결이 있으면, 이는 그 중재판정에 하자가 없으며 승인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어서 중재판정의 당사자로서는 법원의 승인·집행판결로 유효성이 확인된 중재판정을 준수할 의무를 강제받게 된다. 이러한 의무의 준수 여부는 당사자의 명성,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당사자에게 자발적으로 중재판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여 결국 당사자 사이의 분쟁해결을 더 용이하게 한다. 결국, 현실적으로 강제집행불능인 중재판정에 대하여도 집행판결을 할 필요성도 있다라고 하면서, “따라서 중재판정의 주문이 집행불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집행가능 여부와는 무관하게 중재판정에 관한 집행판결을 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


피고가 위 2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함으로써 위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이다.

 


4. 사건의 의의

중재판정도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이 가능할 정도의 특정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는 원칙이 제시되었고, 나아가 중재판정의 주문이 집행불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 집행판결을 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수 있게 된 사안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는 사건이라 하겠다.



 

Ⅳ 마무리

 

지적재산권 소송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침해자의 침해행위를 종료시킴으로써 권리자가 계속해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여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있고, 이는 지적재산권 관련 중재의 경우에도 다를 것이 없다. 소송 또는 중재는 그 승패도 중요하지만, 승소가 집행으로 이어질 수 없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통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송에서는 재판부가 주문의 특정을 세심하게 살피므로 집행불능한 주문의 판결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중재의 경우, 중재판정부가 지적재산권 관련 금지청구에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에 관련 사건의 경험이 많은 대리인의 역할이 어느 사건보다 중요하다.


최근 본 법률사무소에서는 집행판결청구 사건의 피고를 대리하였는데(중재사건 자체는 다른 대리인이 대리하였다), 중재판정의 주문에서 사용금지, 인도, 폐기를 명한 대상이 특정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부 중재판정 대상 중에는 그것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나, 중재판정부와 양 대리인들이 모두 이를 간과함으로써 그 피해를 당사자들 본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사례를 경험하였다. 중재판정은 일정한 기간 내에 취소 내지 경정 신청이 가능하지만, 해당 기간을 넘기면 잘못된 중재판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 지적재산권 관련 중재 사건의 중재판정부 및 대리인 선임에 있어서 일반 소송에 비해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1] 설민수, “특허침해 구제조치로서 금지명령의 적절성과 그 개선방향에 대한 비교법적 접근”, 저스티스 113(20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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